대도시의 사랑법: 서울에서 피어난, 조금은 어설프고 아름다운 사랑의 기록
서울의 청춘이 그리는 조용한 사랑, <대도시의 사랑법> 리뷰

1. 작품 개요와 줄거리
1-1. 작품 정보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청춘의 관계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TVING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에피소드 형식이 아닌 118분짜리 극장판 형태로 편집되어 선보였다.
감독은 감정선이 돋보이는 연출로 정평 난 이윤정 감독,
주연은 김고은(장재희 역)과 노상현(유흥수 역)이 맡아, 각기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닌 두 인물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이끌어간다.
1-2. 줄거리
장재희는 활기차고 거침없는 성격의 콘텐츠 마케터. 삶에 대해 나름의 확고한 태도를 갖고 살아가며, 관계에서 솔직함을 우선시한다.
반면 유흥수는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국문학 강사로, 타인과의 거리를 두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이질적인 두 사람은 우연처럼 만나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게 된다.
사랑일까, 우정일까. 선을 넘지 않으려는 흥수와, 가까워지고 싶은 재희 사이의 애매하고도 애틋한 감정이 서서히 쌓여간다.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하루를 듣고, 때론 다투고 다시 웃으면서
그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2. 작품의 매력과 특징
2-1. 현실적인 캐릭터와 연기
김고은은 재희의 밝고 다정하면서도 때때로 불안정한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특히 혼자 있는 장면에서의 눈빛과 말투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노상현 역시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지만, 작은 변화들을 통해 흥수라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관객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2-2. 섬세한 연출과 일상적인 아름다움
이윤정 감독의 연출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든다.
서울의 흔한 거리, 자취방, 엘리베이터 속 짧은 눈맞춤까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하게 담긴 화면은 보는 이의 기억을 조용히 건드린다.
‘사랑은 이렇게 다가오는 걸까’ 싶은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쌓아올린다.
3. 애매한 관계의 온도, 그건 사랑이었을까?
‘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이 작품은 ‘정의되지 않은 감정’들 사이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즘 콘텐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흥미를 끄는 반면,
이 영화는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감정을 쌓아간다.
그 속도와 여백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다가가고 싶지만 상처를 줄까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이 영화는 그런 마음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퀴어적인 서사를 품고 있지만, 정체성 그 자체보다
‘관계의 본질’에 더 집중한 점이 인상 깊다.
사랑, 우정,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감정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4.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오래전의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툰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고, 그것을 외면받을까봐 한참을 망설이던 시간들.
그래서 이 작품이 내게 더 깊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재희와 흥수는 결국 ‘우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그 시간에 진심이었고 서로를 아꼈다면, 그걸로 충분했던 건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가 꼭 필요하지 않았던 그 관계처럼,
우리도 누군가와의 인연을 굳이 정의하려 들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사실이, 조금은 외롭지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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